#음미하기(Alc 3.5%) 수제맥주 키트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지 28일째 되는 날 처음 만들었던 병을 개봉해서 시음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강한 맛을 내는 ‘캐네디언 블론드’ 원액을 발효시켜 3.5도의 맥주를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더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맥주가 탄생되었다. 23리터의 물을 사용하여 서른 병을 만들었고 절반은 선물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도와주었던 동료예술인들과 나눠마셨다. 남은 절반은 내가 글에 해당하는 이를 떠올리면서 마셨다.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모든 술이 동이 나버렸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음미’에 대한 두 개의 풀이 가운데 나는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함”이란 뜻에 가깝게 술을 빚고 또 마셨다. 술을 빚으며 친구와의 기억을 추억했고, 술을 마시며 추모하거나 동료들을 응원했다. 또한, 나의 내면에 쌓인 시간 안에 담겨져 있던 누군가를 느끼고 생각하며 웃기도 했고 눈물짓기도 했다. 단기간에 술을 해치워버린 것을 보면 어쩌면 나는 이들을 매우 간절히 보고 싶거나 그리워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 원고를 쓰면서 다시 감상에 젖는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가운데 하나를 인용하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 한다. 다음 원고를 다시 쓸 기회가 오게 된다면 그 땐 마스크도, 손소독제도, 줌(Zoom)도 지금보다 나의 삶에 조금 덜 관여했으면 좋겠다. 웃고 떠들면서 잔을 부딪치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불콰해진 얼굴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마주하고 싶다. 늘 내가 사랑해왔던 그 때처럼 말이다. <내 시엔 어째서> - 셰익스피어 내 시엔 어째서 새로운 장식이 부족한지요?어째서 변형이나 변화와 거리가 먼 것인가요?새로운 방법이나 이상한 복합어에유행을 따라 곁눈을 팔지 않는가요?어째서 항상 같은 식으로만 써서창조력을 잘 알려진 한 가지 장식 속에만 간직해서한 자 한 자가 내 이름을 말하고단어의 출전과 출처를 노출하는지요?오, 감미로운 사랑이여, 나는 항상 그대에 관해 쓰고그대와 사랑만이 내 주제임을 잊지 마세요.때문에 내 최대 걸작은 낡은 단어를 새로 옷 입히고이미 소모된 것을 다시 소모하는 것이지요.태양이 매일 새롭고 낡아지듯내 사랑은 이미 쓴 것을 다시 쓰는 것이에요. 정중화 옮김(셰익스피어), <소네트>, 민음사(1988), 48쪽. 글.그림 | 송재영 (www.facebook.com/jogakbaram) 극단 조각바람 프로젝트 동인 일상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담아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극작 <뒤뚱이의 편지>, <979의 일기>, <플라워가든>, <아일랜드> *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0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