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탱고 라이프 친구 H의 2020년 목표는 탱고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친구 따라 홍대 갔다. 많은 탱고 스튜디오와 바가 홍대 근처에 있었다. 몇 번 수업을 나가자마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났다. 등록한 스튜디오의 수업이 기약 없이 휴강됐다. 그리고 몇 달 뒤, 사태가 진정된 뒤 다시 찾아간 스튜디오에 H는 없었다. 제주도로 떠났다고 했다. 갑자기? 그래도 나는 계속 출석했다. 처음에는 오기였다. 안기, 걷기, 비틀기(a.k.a 디소시에이션)만 잘하면 탱고를 잘 출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쉽지. 그 기본을 잘하는 게 어려웠다. 일단 스스로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했다. 탱고를 배우며 내가 이렇게 휘청대며 걷는 사람이었구나, 새삼 반성했다. 탱고의 순기능 중 하나다. 탱고를 ‘수련’하며 내 몸을 좀 더 잘 쓰게 됐다는 거. 또한 바른 자세에 집중하여 스텝을 밟다 보니 점점 배와 등에 근육이 생겼다. 탱고는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으로도 쓸모 있는 취미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탱고를 출 수 없다. 상대의 신호를 잘 알아듣고 상대의 힘과 작용, 반작용하며 음악에 어울리게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내가 탱고에 재미를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정해진 안무를 추는 것 보다 그때그때 파트너와 교감하며 움직이는 즉흥성이 더 즐거운 것 같다. 어쩌다 나는 ‘주 5탱’ 하고 있나 원래도 춤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전에도 취미로 몇몇 춤을 췄는데 탱고는 이들과 달랐고, 더 재밌게 느껴졌다. 음악에 빠져 정서를 느끼고 표현하는 일의 즐거움, 춤 상대와 일체감을 느낄 때의 쾌감 등이 달랐다. 어쩌면 새로 시작한 춤이어서 더 재밌게 느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뭐든 첫 경험일 때 가장 자극적인 법 아닌가? 그래서인지 (상대가 춤을 잘 춘다는 전제하에)처음 추는 파트너와 출 때 제일 재밌다. 예측 불가능성이 주는 짜릿함이 있다.처음 같이 탱고를 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력시장’이 바로 탱고바(a.k.a 밀롱가)다. 탱고인 중에는 탱고바에 중독된 사람이 많다(거의 일주일에 일곱 번 바에 간다고). 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눈빛을 교환한 뒤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10분을 갖는 것을 뭐 각종 느끼한 말로 비유하던데, 10분 간의 연애? 10분 간의 사랑? 나는 경험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그렇게 탱고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즐길’ 수준이 되려면 역시나 실력, 실력이 필요했다. 탱고바에서 춤출 때 다들 안 그러는 척(혹은 대놓고) 서로의 실력을 스캔한다. 스캔으로 걸러지면 굴욕적일 것 같다. 당당히 춤사위를 뽐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 https://youtu.be/PBbUIMQDGOM▲영화 <탱고레슨>(1997)이 담은 밀롱가 문화 빠른 실력 향상을 위해 수업을 많이 듣기 시작했다. 어느덧 ‘주 1탱’(주 1회 탱고)이 ‘주 5탱’ 됐다. 시작은 오기였지만, 수업을 듣고 새로 배우는 것 자체로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취미생활 그나저나 ‘비대면’을 강조하는 코로나 시국에 이래도 될지 걱정이다. 탱고는 대면이 필요한 취미인데다, 사람들과 손을 잡고 상체를 밀착한다. 그래도 생활 방역에 힘쓴다면 괜찮지 않을까?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틈틈이 손 씻으며 춤춘다면 말이다. 사실 코로나 시국이 오히려 내게는 더욱 열정적으로 탱고 수업을 받는 환경을 조성했다. 다들 마스크 쓰고 청결에 신경 쓰는 환경이 그것이다. 너도 나도 마스크 쓰니 좋았다. 서로 못생긴 얼굴 굳이 볼 필요 있을까?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 찍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어쩌다 카메라의 프레임에 들어가도 마스크가 나를 가려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 절망, 분노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탱고 추러 나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밝은 얼굴이다. KU마음건강연구소가 개발한 정신건강 문제 자가검진 시스템에서 답을 찾았다. ‘지난 1주일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보냈느냐’ ‘지난 1주일간 충분한 신체적 활동을 했느냐’ 와 같은 문항이 포함돼있는데, 무엇이 정신건강에 도움 되는지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앞으로 최소 1~2년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이 시국’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참거나 미룰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며 ‘삶’을 살아야 한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삶을.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신체 활동을 하는 취미가 필요하다. 그게 꼭 탱고가 아니더라도! Soviet Postcard from the 1920s(public domain) *홍대 인근에서 탱고 수업을 들으려면(가나다순)- 솔로땅고 http://cafe.daum.net/latindance- 탱고BA http://cafe.daum.net/tangoba- 탱고브루호. http://cafe.daum.net/tangobrujo- 탱고스쿨 http://cafe.daum.net/Tangoschool- 탱고피플. http://cafe.daum.net/tango-people * 홍대 인근 탱고바(내가 들어본 곳만 씁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고 함)-오나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3 지하 1층 02-324-7411-안단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2길 24, 선진빌딩 B1-오초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2길 57 지하1층-루쓰땅고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0 2층 글 | 최서윤 (instagram.com/monthlying)“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면 못 참는 편입니다. 칼럼으로 생각을 나누거나, 창작물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빈정대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저서로 <불만의 품격>, 공동 저서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미운 청년 새끼> <흙흙청춘> 등이 있습니다.2015 수저게임 facebook.com/gamespoon2016 영화 <영화학개론>2018 영화 <망치>2019 스탠드업 코미디 <불효자는 웃습니다> *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0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